바벨론에서 포로 생활을 마치고 고향 땅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다시는 하나님을 떠나지 않겠다는 뜨거운 다짐과 희망으로 가득 찼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이방 문화가 들어오고, 그들의 믿음은 다시 흐릿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때, 선지자 에스라가 율법책을 읽어주었고(8장), 백성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크게 회개했습니다(9장). 이때의 회개는 단순한 눈물이나 일시적인 감동이 아니었습니다. 느헤미야 10장에서 그들은 “이제부터는 달라지겠습니다”라는 결심을 공식적인 약속 문서로 만들고, 지도자들부터 백성 전체까지 모두 서명했습니다. 이 약속이야말로 이스라엘 공동체가 ‘말뿐인 신앙’에서 벗어나 ‘실천하는 신앙’으로 거듭났다는 증거였습니다.
1. 감동을 넘어선 실천적인 약속
느헤미야 10장의 핵심은 그들의 약속이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에 있습니다. 그들은 막연하게 “하나님을 잘 믿겠습니다”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들이 과거에 가장 많이 실패했던, 가장 현실적인 삶의 세 가지 영역을 직접 언급하며 실천을 다짐했습니다.
① 거룩한 울타리 세우기: 관계와 결혼 (통혼 금지)
가장 먼저 약속한 것은 이방 민족과의 결혼을 금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하필 결혼이었을까요? 이스라엘이 우상숭배에 빠진 결정적인 통로가 바로 결혼을 통한 문화와 종교의 혼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녀들에게 순수한 믿음을 물려주기 위해, 가장 가까운 관계부터 거룩하게 지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것은 ‘내 삶의 울타리’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우겠다는 결심입니다.
② 일터에 주권 선포하기: 경제 활동 (안식일과 희년)
다음으로 그들은 안식일에 장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겨우 포로에서 돌아와 먹고 살기 바쁜 상황입니다. 안식일에도 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는데, 그들은 돈 버는 일(경제 활동)을 멈추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우리의 생계와 재물의 주인은 돈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생존 경쟁 속에서도 하나님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실천적인 믿음이었죠.
③ 예배를 유지하는 책임: 재정적 헌신 (십일조와 성전 봉사)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약속은 성전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책임지겠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성전세, 제단에 쓸 나무, 첫 열매, 그리고 십일조를 정직하게 바치겠다고 문서에 명시했습니다. 이들이 마지막에 “우리가 우리 하나님의 전을 버려두지 아니하리라”라고 외친 것은, 단순히 성전을 짓겠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나의 재정적인 우선순위가 곧 나의 영적인 우선순위’**임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입니다. 예배를 지속할 수 있는 구조적인 헌신을 감당하겠다는 결의였죠.
2.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
느헤미야 백성들의 언약 갱신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신앙의 회복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새벽 예배 때 흘린 눈물이나 찬양 집회에서의 뜨거운 감동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감동이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영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과거 이스라엘처럼 또다시 실패할 수 있는 ‘막연한 희망’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정말 하나님께 헌신하기로 결의한다면, 그 내용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을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적어봐야 합니다.
- 관계: 내 배우자, 자녀, 친구와의 관계에서 성경적인 사랑과 용서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 재정: 내 수입과 지출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우선순위는 무엇이며, 낭비와 탐욕을 어떻게 경계할 것인가?
- 시간: 주중 내 시간을 어떻게 구별하여 묵상과 봉사에 사용할 것인가?
- 일터/학업: 내 일과 공부에서 정직함과 성실함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진정한 언약의 갱신은 매일 아침 우리의 삶을 구체적인 순종과 헌신으로 재정의하는 여정입니다. 우리도 느헤미야 백성들처럼,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께 헌신하겠습니다!”라고 서명하는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